지금 머무르고 있는 8월의 유럽은 역시나 극성수기이다.
어딜 가도 사람이 많고, 특히 유럽 특유의 광장 중심으로 한 시내는 정말 사람이 많다.
폴란드에 온 지 2주 정도 동안은 크라쿠프 중심지보다는 주변 동네를 많이 돌아보면서 쉬었는데, 오늘 드디어 올드 타운을 제대로 걸어보았다.
Obwarzanek(오빠자넥) 빵으로 시작
폴란드식 베이글이라고 말할 수 있는 빵이다.
14세기부터 만들었다고 하니, 베이글이 폴란드식 오빠자넥이라고 하는 게 맞는 거 같기도 하다.
크라쿠프를 상징하는 음식으로 아침에서 저녁 퇴근 전까지 파란 가판대에서 판매한다.
아침에 직장인들이 하나씩 사서 가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여행객들도 하나씩 들고 다니면서 허기를 채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23년 8월 기준으로 3~3.5 PLN (1,000원 정도)에 판매하고 있다.
기본 빵은 소금, 설탕, 이스트, 밀가루(호밀)로만 만들고 그 위에 양귀비씨, 소금, 참깨, 치즈 등을 얹어 함께 구워내어 판매한다. 밀가루가 좋으면 빵이 맛있다고 하지 않던가. 정말 담백한 빵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제격이다.
나도 달거나 짠 빵이나 디저트를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보니, 크라쿠프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파란색 노점상만 보면 멈춰 서서 돈을 지불하게 된다.
크라쿠프 내에서 법적으로 정한 크기와 무게를 유지해야 하고, 재료나 만들 수 있는 곳도 보호하다 보니 어딜 가든 균일한 맛을 맛볼 수 있다.
아침을 먹지 않고 나오는 여행객에게는 이것만 한 아침 식사가 없다. 그리고 뚜벅이들에게 허기짐을 달래주기에도 이만한 빵이 없다.
올드타운
우리 숙소에서 들어가는 방향은 진입로에 바벨 성(세계문화유산)이 보인다.
이미 많은 성을 돌아보고 감흥이 없어 밖에서만 보게 되었는데, 웅장함은 느낄 수 있었다.
15c까지 크라쿠프가 수도였다 보니 이러한 역사적 유물도 많고, 2차 전쟁 당시 파괴당하지 않아서 잘 보존되어 있다.
바벨 성을 지나 올드 타운을 들어가면 수키엔니체(Sukiennice)라는 시장을 중심으로 큰 광장이 보인다.
수키엔니체 왼쪽에는 구시청사 탑(Wieża Ratuszowa, 라트슈토바 탑)이 보인다. 중세 시대에 만들었던 시청 관련 건물 중 유일하게 남은 부분으로 1967년에 복원하여 지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건축학적으로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며, 위에 올라가 크라쿠프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리고 오른쪽으로는 성모승천교회가 보인다.
이 교회에 관련된 2가지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전설인데, 형제가 각각의 탑을 맡아서 짓다가 형의 것이 더 높게 잘 지어지는 것에 질투한 동생이 형을 죽이고 본인이 더 높게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동생은 죄책감에 마지막에 자신의 죄를 고하고 떨어져 죽고 말았다고 한다.
또 하나는 역사적으로 몽골 제국의 침략을 받던 당시 경보를 울리던 병사가 활에 맞아 죽었고, 이를 추모하기 위해 지금도 매시간 연주되는 곡이 중간에 한 번 끊어진다고 한다.
좀 행복한 이야기가 이 교회에 담기면 좋을 걸, 너무 슬픈 전설과 역사적 이야기가 담겨 있다.
수키엔니체(Sukiennice)는 크라쿠프가 동유럽 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할 때, 소금, 비단, 각종 향신료 가죽 등을 거래하던 곳이다. 현재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나무 인형, 기념품, 호박 보석 등을 판매하는 곳이다. 실내에 양쪽으로 길게 뻗어 있고, 살 게 있진 않지만, 크라쿠프라는 도시가 무엇으로 유명한지는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바깥쪽 입구에는 Rynek Underground라는 도시 박물관과 크라쿠프 국립 미술관의 일부 작품을 전시하는 2층 미술관도 있다.
그 옆으로는 여행 성수기에 맞춰 작은 마켓들이 8월 들어 생기고 있다. 아무래도 9월까지 유럽 전역이 여행자가 많은 시기이다 보니 한시적으로 열리는 것 같다.
괜히 좋은 시기에 와서 많은 걸 즐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대체로 관광지에서 팔 법 한 물건을 팔긴 했지만, 나무 장난감이 유명한 나라답게 나무로 만든 어린이용품이나 도마 등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크라쿠프 올드 타운의 장점은 올드타운을 감싸고 있는 큰 공원이다.
출근길로도 이용되고, 산책로로도 이용되고, 여행객에게 쉴 공간을 마련해 주고, 올드타운의 번잡함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 바로 옆에 있으니 좋다.
잠시 조용함을 즐기고 싶다면 2~3분 정도만 걸어 나와 공원으로 가보는 걸 추천한다.
Bar mleczny (밀크바)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기 밀크 바로 향하였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김밥 천국 같은 곳이다.
(고급스러운 맛집은 아니지만, 진짜 현지 사람들이 편하게 먹는 식당 그리고 적당한 가격과 적당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곳)
주변 식당보다는 저렴하게 음식을 제공하면서, 적당한 맛과 폴란드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역사적으로는 공산주의 시대에 정부 보조금으로 저렴하게 폴란드 전통 요리를 제공하던 곳이 남아 지금의 식당처럼 남아있는 것이다. 주로 대학가 근처나 올드 타운 주변에 몇 곳이 있고, 위의 'Bar mleczny'라고 구글에 검색하여 방문하면 된다.
우리는 감자튀김, 굴라쉬 슈트와 폴란드식 감자전, 폴란드식 떡갈비를 주문하였다.
우리가 방문한 곳이 올드타운 안에 있는 곳이 아니다 보니 관광객이 오는 느낌은 아니었다.
전혀 영어가 통하진 않았고, 어렵게 번역기를 돌려 손가락으로 하나씩 가리키면서 주문을 완료하였다.
자리로 가보니 테이블마다 이렇게 생화가 있는 것이 집밥을 먹는 느낌을 주었다.
콜라까지 42.5 PLN (13,000원).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레스토랑보다는 저렴하고, 길거리 음식인 Zapienkanki와 비슷한 가격대이다.
맛을 이야기해 보면, 폴란드식 감자전은 다시 먹고 싶은 맛이었다.
요즘에는 감자전을 할 때, 채 썰어서 하는 경우가 많지만, 예전에는 갈아서 만들지 않았나. 간 감자를 두껍게 구워내고 고소하고 바삭한 식감을 보여주었다. 옆에 곁들인 굴라쉬 스튜도 함께 있으니 탄단지가 적절히 있는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감자튀김은 평범하였고, 떡갈비는 정말 고기 맛이 풍성했다. 야채가 전혀 들어가지 않아서 육향이 진한 떡갈비 맛이다. 특별하진 않으니 다른 음식을 시켜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Old Kleparz(Stary Kleparz) 크라쿠프 클레파츠 시장
어느 도시를 가던 마켓은 항상 방문하는 습관이 있다.
세르비아나 북마케도니아에서 갔던 마켓들도 재밌고, 주변 상점보다 저렴한 맛에 자주 갔었는데, 여기는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다.
우선 종류가 정말 많다.
특히 오흐리드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면서 아쉬웠던 점이 야채가 한정적이라는 것이었는데, 여기서는 우리나라와 다를 바 없이 다양한 식자재를 구할 수 있었다.
부추와 쪽파는 정말 오랜만에 볼 수 있었다.
저렴하기까지 하니, 우리처럼 한달살이하는 사람에게 가장 좋은 곳이 이런 마켓이다.
토마토 1kg + 블루베리 500g + 애호박 2개에 4,000원 정도에 구매하였다.
리마 토마토라고 새로운 토마토는 먹어보니 더 달콤하고, 과육이 단단한 맛이었다.
블루베리는 종이봉투에 담아주는 데 괜히 유럽 감성을 느끼는 거 같았다.
화이트 치즈도 팔고, 훈제 삼겹살이나 소시지도 판매해서 자주 방문할 것 같은 예감이다.
유럽 여행을 많이 와봤지만, 마켓에서 식자재에 이렇게까지 감동한 것은 처음이었다.
카페 Aura | Kawiarnia
마켓에서 나를 더 감동을 것은 요 카페였다.
우선 시장을 나서려는데, 너무 좋은 커피 향이 진동하여 옆에를 보니, 힙한 느낌의 카페가!
혼자서도 오고, 친구랑도 오고, 일하는 사람도 와서 그냥 벽돌 의자에 커피 포대 자루를 깔고 앉아서 돌이나 나무로 된 작은 테이블에 각자 커피를 놓고 마시고 있었다.
여행 다니면서 모두가 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바로 현지인들 맛집이나 카페,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거 아니겠나.
여기가 바로 그런 곳이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오랜만에 커피도 마실 겸 들어간 상점에서는 앞에서 느낀 은은한 커피 향이 진하게 느껴졌다.
아메리카노(에스프레소와 더 가까운)와 카푸치노를 주문하였고, 커피 맛 또한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맛이었다.
개인적으로 산미가 많은 걸 좋아하지 않는데, 여기는 고소한 맛이 더 깊게 나는 커피였다.
커피가 맛있으니 카푸치노도 맛있고, 우리는 둘이서 우연히 맞이한 행복을 온전히 느끼려고 하였다.
크라쿠프에서 어딘가를 추천할 수 있다면, 이 카페는 필수 리스트라는 생각이다.
한인 마트
대국으로 오니 한인 마트가 많이 보인다.
3개월 만에 김치찌개를 끓여 먹기 위해 김치를 구매하였고, 파스타로 짜장면을 해 먹고 싶어서 춘장도 샀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My Korea라는 곳이고, Lala seul이라는 곳도 있다.
보통 한인 마트 음식 재료를 잘 안 쓰고, 현지 음식 재료로 현지 전통 음식이나 샐러드를 주로 먹으려고 하지만 역시 우리는 한국인. 김치찌개가 너무 그리운 시점이었다.
야경, Krakow eye
잠시 집에서 쉬다 나와서 비스와(비스툴라, Vistula) 강을 걷기로 하였다.
여름이라 8시가 넘어 해가 지다 보니 7시가 좀 넘어서 나왔고, 이쁜 하늘에 운치 있는 저녁노을을 볼 수 있었다.
운이 좋게도 바벨 성과 크라쿠스 왕과 관련 있는 용이 불을 뿜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런던 아이가 유행해서 그런지 여기도 크라쿠프 아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속초 아이도 생긴다던데, 요즘 관람차는 아이라는 고유 명사가 붙기 시작하나 보다.
강가를 따라 걷다 다시 올드 타운으로 가보았다.
낮에보다 더 많은 인파에 놀랐고, 역시나 밝은 폴란드 밤에 안전함을 느끼게 되었다.
이렇게 올드 타운 여행을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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